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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성인 AHDH? (체크리스트)
저도 ADHD 성향이 있는 걸까요?
얼마 전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안무가 리아킴과 돈스파이크가 성인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사실 돈스파이크는 필로폰 증상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에게만 매우 집중되어 있어서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약간은 폐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둘 다 스스로를 자폐스펙트럼으로 진단하며 오은영 박사를 찾았지만, 진단 결과는 성인 ADHD었어요. 저는 이 둘의 상담을 지켜보면서 묘하게 저와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뭔가에 집중하면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실수를 하는 일이 많고, 주변 사람들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 방송을 보면서 혹시 나도 성인 ADHD일까 생각이 들었죠.
넌 독특해! 넌 4차원이야!
제 사회성을 논하자면 오히려 인싸의 삶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사회성에 관해 부족함을 논하지 않지만 오히려 아주 가까웠던 사람들은 제가 4차원이며, 마음의 문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고 얘기합니다. 전 사실 마음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제 마음이 닫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모든 것을 자신의 것처럼 생각하는 무례함을 범하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진심을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서운하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고, 적절한 선을 유지하면서 잘 지낼 수 있었는데, 그 적절한 선이 그들의 눈엔 닫힌 문처럼 느껴진 것 같습니다. 예의로 매너로 충분히 열 수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집중모드에선 자폐수준
“넌 내가 안 보이니?” 무언가 집중하고 있을 때 참 많이 듣던 말입니다. 한참 그림을 그렸을 때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자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누가 왔다 갔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뭔가에 몰입되어 있을 때는 주변을 인식하는 기능이 멈춰버리기에 본의 아니게 가까운 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혼자 하는 업무보다 협업하는 일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러한 성향은 꽤 많이 고쳐진 것 같습니다.
깊은 공감과 자폐 수준의 무관심..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요
리아킴의 주변을 감지하지 못하는 성향은 아마 그녀가 선택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아킴은 금쪽 상담소 출연 이후 오은영 박사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열심히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춤에 너무 몰입된 나머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깨닫고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는 건 그녀의 자폐와 가까운 행동들은 유전자가 만들어낸 반사적 행위는 아니게 느껴집니다.
오은영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성인 ADHD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리아킴
그리고 오은영 박사도 말했습니다. “아스퍼거증후군과 자폐스펙트럼은 사회적 상황에 공감하는 게 어렵다. 그런데 리아킴은 타인의 마음을 알고 나서는 기본적인 공감이 가능하다. 눈 맞춤도 어려움이 없다. 표정도 다양하고 상황에 맞게 나온다”라며 “성인 ADHD다. 주의력 부족으로 다른 사람이 보낸 신호를 매번 놓치는 것이다. 사회성은 좀 부족한 편이다”라고 평했습니다.
또 리아킴의 그런 성향은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와과 세계적인 안무가가 되는 과정 속에서 받은 냉혹한 평가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요. 그래서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았을 수도 있었겠네요. 춤을 잘 춘다는 것은 자신을 와칭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인데, 어쩌면 리아킴은 자신과의 소통 능력만큼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도 엄청 뛰어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성인 ADHD는 정확히 무엇일까요?
아래는 성인 ADHD 자가 체크리스트입니다. 최근 6개월 동안에 아래와 같은 일이 있었는지와 빈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5단계로 나누어 [전혀 그렇지 않다-거의 그렇지 않다(드물게 그렇다)-가끔 그렇다-자주 그렇다-매우 자주 그렇다]로 나누어 체크했을 때, 1-3번 항목에 ‘가끔 그렇다’ 이상, 4-6번 항목에 ‘자주 그렇다’ 이상 체크한 항목이 6개 항목 중 4개 항목 이상이면 성인 ADHD이 의심되어 추가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합니다.
1. 어떤 일의 어려운 부분은 끝내 놓고, 마무리는 짓지 못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2. 일을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3.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잊어버려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4. 골치 아픈 일은 피하거나 미루는 경향이 있다.
5. 오래 앉아 있을 때,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발을 꼼지락거리는 경우가 있다.
6.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과도하게 혹은 멈출 수 없이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출처] 내가 성인 ADHD? 초간단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작성자 양박
너무 많은 정보에서 생기는 산만함과 회피성향
리아킴은 15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리아킴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진실한 사람이었는데 리아킴 곁에서 공감받지 못한 아픔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러나 리아킴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하지 않아서 무관심하고 배려하지 못한 게 아니라, 너무 많은 정보신호가 동시에 접속되고 있거나, 너무 강력한 정보에 치우쳐서 작은 일들까지 챙기기엔 힘이 부쳤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이기적으로 보이겠지만요.
이전 직장에서 한 여성임원이 있었는데 그녀는 꽤 유능한 리더였지만 팀원들은 그녀의 독단적인 성향 때문에 꽤나 힘들어했었죠. 그녀는 상대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미리 결론부터 내리기 일쑤였고 부하직원이 실수를 하게 되면, 실수한 이유를 묻지도 않고 그의 순수성을 부정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부하직원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상대가 이야기를 하면 자꾸 거짓말하는 게 느껴져서 상대의 말을 끊고 그에게 비난을 쏟아냈는데, 그것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떠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어떤 판단과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숨을 멈추고 듣기 시작했다고요.
사실 그녀는 회사에 많은 인재를 영입하면서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큰 공을 세웠고, 조직의 이익에 우선순위를 두느라 자신을 묵묵히 서포트하는 이들의 마음까지 챙기질 못했습니다. 그녀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도 꽤 있었지만 한편으론 그녀의 리더십은 공공의 이익을 창출했죠. 그래서 각자의 집중과 선택에 대해 시비를 가르거나 비난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를 진실하게 대해주는 소중한 사람이 이익, 명성, 대의에 밀려 skip 당하면 안 되겠죠. 소중한 사람을 위함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래야 합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주파수 맞추기
리아킴의 오랜 연인이 상처받은 상황은 리아킴이 춤에 몰입되어 있을 때가 아니라, 자신과 단둘이 있을 때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중한 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제 경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도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말을 미리 간파해서 대화를 끊거나, 내 차례의 대사를 생각하느라 대화의 상황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대화를 나눌 때 너무 많은 정보가 동시에 생산됩니다. “저 사람의 이야기가 어떤 의도가 있다. 결론은 결국 이렇게 정리하겠네. 저 사람 발언 이후 바로 이 의견을 말하자.” 등 과도하게 많은 생각이 동시 출력되는 탓에 정작 말하고 있는 이의 정보가 영향력을 잃습니다.
드러내고 싶은 나를 지우고 상대에게 집중하기
그래서 소중한 사람과의 대화에선 의도적으로 멍 때리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다음 나의 대사를 생각해 내지도, 상대의 말을 미리 해석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멍하게 듣고 있으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상대의 언어 하나하나가 다 기억이 날 정도로 선명합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대뇌피질을 통과해서 더 깊은 영역에 도달해서 화학작용을 일으킵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상대가 무엇을 전하고 싶은 건지, 또 어떤 마음인지 그냥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게 됩니다.
대화 중 상대에게 집중이 안 될 만큼의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면, 아마도 그건 내가 드러나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그래서 소중한 이들과의 대화에서는 드러내고 싶은 나를 지우면 됩니다. 그리고 관점을 상대와 나 딱 중간 좌표에 두면서 말이죠.
그래서 결론은 누군가 나에게 무관심하고 공감을 하지 못했다 해서 상대에게 자폐, 아스퍼거, ADHD로 태그를 달기보다 상대가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많은 정보가 동시 접속된 상태(같은 정보에 노출되어도 인지 강도가 높아 자극이 클 수도 있음)에서 느끼는 혼돈 상태를 공감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디엔가 몰입되어 주변을 살피지 못한다면 소중한 이들의 마음을 느낄수 있을 만큼의 여백을 항상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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