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와 빼기

어쩌다보니 집에서 목공을 가끔 합니다. 

수납장 하나가 필요했는데 좁은 집에 맞는 원하는 사이즈가 없어서 직접 만들게 된 것이 시작입니다.

여지껏 크고 작은 걸 20개 정도 만들었습니다. 

만든 걸 보고 있으면 하나 하나 만들 때마다 고민과 고생이 떠오릅니다.

맘에 안드는 것도 있지만 만들 때의 고생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과감히 버려야 하는데…

 

목공을 제대로 배우거나 공방을 이용한 적이 없고,

디자인도 종이에 손으로 그리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엉망입니다. 쉬운 것도 어렵게 합니다.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을 많이 허비했지만 그만큼 애착이 생깁니다. 

 

저는 제작하는 과정에서 디자인하는 과정에 제일 재미를 느낍니다.

디자인을 할 때는 필요한 기능들과 외관을 더보기 좋게 하는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 시점이 있습니다.

더하기 과정입니다. 이때가 가장 신나는 시간입니다.

이 기능 저 기능, 이 모양 저 모양, 넣을 수 있는 것들을 잔뜩 그려 넣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그리고 나면 비용견적을 체크합니다.

제작단가와 현실성, 효율성 등을 생각하면서

‘이 기능을 정말 꼭 넣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랬다 저랬다 수도없이 생각해봅니다.

고민을 아예 안 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하기도 합니다.

앞의 과정이 더하기였다면 이것은 빼기 과정입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더하기보다 빼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저는 구매하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어려운데 그것과 같은 이치같습니다. 

결국, 가장 단순한 디자인이 최고의 디자인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가장 단순한 디자인까지 빼기를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꼭 미련을 놓지 못하고 2,3개는 덜 빼고 만들게 됩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면 그때의 욕심과 어리석음을 깨닫게 됩니다.

버려야할 것을 못 버리는 어리석음이요. 저는 그게 어렵습니다. 

채우는 기쁨도 있지만

비우는 기쁨도 있다.

제게는 꼭 필요한 금언입니다. 

근데,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들을 쭉 바라보면 만족하든 안하든  모두 나다움을 갖고 있습니다.

만들 때의 내 의식의 흐름도 보입니다.

한껏 더하기에 심취해 있을 때 만든 것들과 

빼기의 맛을 알기 시작했을 때의 것들은 또 다릅니다. 잘 살펴보면 어디에도 ‘나다움’은 스며 있네요.

[출처] 더하기 빼기|작성자 Brand co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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