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브랜딩 빼기(-), 콜라보 더하기(+)

진심인 브랜드가 통하는 시대

어제는 친구가 지나가는 길에 집 근처에 와서, 제가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 갔습니다. 모처럼 업무 스폿을 벗어나서 가볍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자 했으나, 결국은 함께 기획 중인 모기관의 브랜드 칼라와 방향에 대해 열심히 토론을 했습니다. 20년 가까이 홍보마케팅을 해와서 바로 정답을 정해버리는 나의 뇌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의견을 내는 친구에게서 많은 영감과 해답을 얻습니다. 이젠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 먹히지 않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80점 이상이면 그럭저럭 괜찮은 브랜드가 되었던 시대는 끝이 난 것 같습니다. 0점도, 30도, 50점, 100점도 어떤 게 사람들에게 통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내가 나에게 진심이어야 남에게도 통하게 되는 시대입니다. ​​

주문한 에스프레소 잔과 트레이 칼라 조합이 좋아하는 사진작가 요시고 작품같습니다. 함께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 yellow and Blue. 블루와 옐로우의 조합은 균형 있는 활력을 줍니다. 옐로우의 가볍고 산만한 단점을 블루가 보완해 주고, 블루의 차가운 느낌을 옐로우가 상쇄시켜줍니다.

 

기업의 퍼스널 칼라

제가 경험한 ‘Blue’ 이미지 삼성은 광고 뿐 아니라, 삼성맨과 서비스 등 고객과의 접점에서도 그 이미지를 실천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업무상 만난 삼성맨들은 엄청 스마트하고 매너가 좋았습니다. 콜라보를 하면서 ‘을’의 입장인 제게 한번도 ‘갑’의 느낌을 준 적이 없었습니다. 아주 쿨했고 약속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그리고 삼성 노트북, 핸드폰, 카드, AS까지 모두 그 스마트함을 느끼게 해주었죠. 한번은 지갑을 잃어버려 3개사 카드를 모두 분실신고 했는데, 다음날 빠른 등기로 새로운 삼성카드가 도착해 있더라고요. 인터넷으로 노트북을 구입했을 땐 다음날 풀정장의 대리점 직원이 직접 사무실에 방문해서 노트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갔습니다. 그게 십수 년 전의 일이었죠.

​그래서 저도 이전 직장에서 회사 브랜드에 맞게 직영점 직원들의 퍼스널 브랜딩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각자 개성이 넘치다 보니 회사 브랜드와 다른 칼라를 고객에게 인식시키기도 하고, 아니면 주변에 잘나가는 동종업계 브랜드 칼라를 마구 뒤섞어서 혼합색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거의 2년 가까이 전국 직영점을 돌며 ‘빼기(-)’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간혹 직영점 대표들의 “우리의 자율성을 통제한다.”라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마케팅에 도움이 안 된다며 ‘현장을 모르는 본사의 전략’ 취급을 받기도 하면서 스스로도 신념이 흔들렸었죠. 그러나 진정으로 자신을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각인시키고자 한다면, 우선 ‘빼기(-)’를 해야 합니다. 만약 삼성에서 스마트에 덧붙여 럭셔리를 지향하며, 블루에 금박을 둘렀다면 어떤 느낌이 되었을까요. 금박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먼저 블루라는 코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마음껏 융합할 수 있겠습니다.

더하기(+)는 콜라보

만약 내가 김밥 전문점을 차렸다고 가정합니다. 그런데 가게 주변 여고가 있어 떡볶이 가게가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메뉴에 떡볶이를 추가합니다. 최근 방송에서 치즈돈가스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메뉴에 치즈돈가스를 추가합니다. 코로나로 배달음식이 잘되어 치킨을 추가했습니다. 그렇게 가게는 점점 고객들에게 이것저것 다 파는 분식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서 김밥으로 특화된 브랜드를 확실히 고객에게 어필하고자 한다면, ‘더하기(+)’를 잘해야 합니다. 콜라보 전성시대에서 최고의 마케팅은 정체성을 살리는 융합이라 생각합니다. 김밥 전문점에서 김밥의 핵심은 유지하되 떡볶이가 가진 장점을 콜라보 해야겠죠. ​​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곰표 밀가루는 올드하고 촌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자, MZ세대를 겨냥해서 ‘촌스러움’을 ‘참신함과 희소성’으로 변모시킬 한정판 굿즈를 선보였습니다. 밀가루가 가진 “화이트”와 브랜드 칼라 “그린”지키며, 밀가루와 연관된 맥주(밀), 파우더(흰색 밀가루), 화이트 패딩(백곰과 곰표 밀가루 포장디자인) 등 다양한 콜라보 제품을 출시했고 크게 성공시켰습니다.

그리고 나의 시선 ‘빼기 (-)’

어제 안경을 새로 맞췄습니다. 20대부터 착용한 콘택트렌즈가 이젠 거부반응을 일으키더라고요. 퇴사하기 6개월 전부터 자주 시야가 흐려 지고 두통이 생겼어요. 그래서 제 눈이 콘텐트렌즈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퍼스널 브랜드와 ‘빼기(-)’를 얘기하다가 뜬금없이 웬 안경?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게 렌즈를 착용하지 않고 일상생활은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제가 최근 한 달 동안 렌즈를 끼지 않고 일상생활을 합니다.창업을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며 중요한 대화는 귀만 열어야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감각을 열어야 하는데, 렌즈의 이물감이 몹시도 거슬리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히 렌즈를 뺐고, 이젠 흐린 세상이 적응이 되어 갑니다. 오히려 세상이 색채 선명한 디지털아트에서 담백한 손그림으로 느껴집니다.​​

과거에 한 팀원이 제게 이야기했습니다. “팀장님은 다른 공간에 있어도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힘들 때면 말하지 않아도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줘요.” 그때는 사방팔방 열려있는 감각이 대단한 강점인지 알았습니다. 회의실로 가는 복도에서 누군가를 마주치면 그 친구의 기분 상태를 알아차리고, 그것의 솔루션도 제공할 만큼 너무 많은 것에 관여를 했었습니다. 제 시야에 감지가 되는 모든 것에 책임을 느끼기도 했고요. 잠시라도 확인을 안 하면 카톡이 999건이 표시될 만큼 시끌벅적한 업무단톡방 글도 실시간 안읽음 숫자를 없애야 했고, 개별 카톡에는 즉각 답변을 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렌즈를 벗고 시선을 빼기(-) 해 보려고 합니다. 카톡 답변의 강박도 벗어나 보려고요. 그렇게 시선의 빼기를 하면서 나에게, 소중한 이들에게 더욱 집중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경험을 한 중년은 이제 빼기를 하면서 집중과 선택을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즉 세상에 보여지는 ‘나’보다, 진심을 쏟을 수 있는 ‘나’가 진짜 나다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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