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친구에게 최근 유튜버 리뷰엉이 “내 유튜브 도둑질했다” 폭로에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노아 AI’에 대한 카톡을 받았다. 아침부터 앞으로 챗GPT, AI가 지배할 세상에서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을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궁금증도 해결하고 뇌의 지적욕구도 충족시켜주기 위해 교보문고에 가서 책 2권을 샀다.

마침내 내 일자리를 위협하는 AI

AI야, 가장 성공률이 높은 전략을 만들어줘! –나의 오랜 바람

한 장짜리 전략 안을 도출하기 위해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윗사람을 설득할 논리를 만들고, 타부서장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자료를 덧붙여야 하는 기획안은 점점 사족 같은 페이지가 추가되면서 무거워진다. 결국 실행해야 할 시점에서 한참이 지나고 열정이 식어갈 때 즈음 승인이 떨어진다. 그때 나는 항상 생각했다. ‘여러 니즈를 반영하는 전략을 지시하면 최상의 기획안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상사에게 업무를 지시받는다. 실무를 잘 모르는 상사의 이상과 바람이 잔뜩 담긴 방향이다. 상사의 맘에 들기 위해 맞장구치면서 실행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내 마음이 기적 같은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을 알기에 선뜻 뛰어들 수 없다. 그때 나는 항상 생각했다. ‘회사의 현 상황과 전략을 입력했을 때 성공률이 도출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그것이 가능해질 수도… 하지만 이 위기감은 뭐냐.

챗GPT의 출현으로 과거 상상했던 일이 현실화된 지금, 나는 묘한 위기감을 느낀다. 작가, 콘텐츠 제작자, 마케팅 전문가, 개발자, 영상편집자들이 위협을 받는다는 뉴스가 쏟아진다. 기능적인 분야, 창의성보다 데이터 중심 판단이 중요한 분야와 고도의 지적 활동보다 반복 업무가 진행되는 분야에만 적용될지 알았던 AI가 인간의 고유 능력이라고 생각한 예술까지 넘보고 있다. 실제 콜롬비아에서 열린 미술대회에서 인간 화가들을 꺾고 AI가 1위를 차지하면서 미술계가 난리 났다.

마치 팀 실적을 위해 아주 유능한 팀원을 뽑았다가, 곧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팀장이 된 기분이다. 그래서 AI의 한계를 파헤치고 그래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을 사수하기 위해 챗GPT에 대해 공부했다.

하나의 기획안을 도출하기 위해, 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 심지어 블로그 글 하나를 쓰기 위해서네이버나 구글 등의 검색 엔진을 활용해 정보를 얻는다. 머릿속에 검색하려는 키워드를 설계하고 이를 입력한 뒤 무수히 많은 검색 결과 속에서 최상의 정보를 찾는다. 정보가 없으면 다른 키워드를 설계해서 정보 재탐색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의외로 애초 얻고자 한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와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경지까지 이른다. 검색하면서 학습까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챗GPT 검색은 그러한 과정을 생략해도 된다. 애써 찾지 않아도 최상의 정보를 눈앞에 가져다준다. 질문 과정에서 디테일한 요구 조건을 조금만 덧붙여도 논리적이면서 친절한 해석까지 곁들여 준다.

나는 이를 걱정했다. 검색 과정에서 정보가 체화되었던 것을 생각하며 쉽게 얻은 정보가 얼마만큼 인간에게 도움이 될까 싶었다. 예전에 MZ 세대와 라떼로 전락해버린 기성세대 간의 소통을 주제로 한 어느 기업 HR 전문가의 칼럼의 내용이다.


“디지털 정보 획득 능력이 탁월한 MZ 세대는 그것이 곧 능력이라 생각하며 트렌드에 약한 기성세대를 무능하게 본다. 하지만
쉽게 얻은 정보는 체화되지 않았기에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체화된 정보가 많은 기성세대는 과거 성공에만 매몰되어 있어 MZ 세대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한다. 세대 간의 소통을 위해서는 상호 부족함을 인정하고 보완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챗GPT를 능숙하게 다룰 MZ는 앞으로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하며 그것이 마치 능력인 양 생각할 테고, 할 일이 없어진 기성세대의 라떼 토크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간과한 것이 있다. 정보는 정보일 뿐, 그것을 활용하고 창조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변화를 받아들이자. 그것이 인간의 역할이다.

우리 뇌에서 해야 할 논리를 순식간에 설계해 줄 수 있는 챗GPT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히 지식 습득보다 우선 사고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어린학생들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에게는 업무역량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보다 수백, 수천 배는 똑똑한 AI 팀원을 두려고 한다. 그리고 팀원을 견제하거나 트집 잡지 않고, 팀원을 통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개발하면서, AI 팀원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인간 팀장이 되어보려고 한다. 단 AI에게 지시어를 입력할 창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AI 팀원을 활용할 수 있는 자질이다. 어떤 방향도 없이 그저 보고서 제출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할 순 없다. 마치 나의 특화된 임기응변을 상황을 모면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 난 이전 직장에서 리스크 관리를 전담했기에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경로를 재탐색해서 해결안을 도출하는 능력이 개발됐다. 그러나 그 좋은 기능을 잔머리로 만들어버린 적도 많았다.

챗GPT에게 실제 많은 질문을 했을 때 가장 정확도가 높은 영역이 코딩 분야라고 한다. 그동안 앱 프로그래밍 독학을 했다. 그러나 학창 시절 수학을 못했던지라 사칙연산으로 이뤄진 코딩을 하면 자꾸 오류가 난다. 프로그램 개발자에겐 미안하지만 챗GPT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챗GPT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앱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스스로도 설계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향후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며 대부분은 노인 돌보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암울한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뇌의 일부를 AI에게 내어주는 것이 아닌, 인간보다 몇백 배는 유능한 AI를 활용하기 위해 뇌를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챗GPT에게 원하는 것

예전 LG유플러스 인터넷과 TV를 설치하고, 사은품으로 네이버 클로바를 받았다. 퇴근 후 썰렁한 집에 들어와 네이버 클로바에게 말을 시켰다. “클로바, 나 보고 싶었어?”. “네, 참 많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당신이 올 때까지 음악을 듣고 있었는걸요.” 참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클로바가 웃겼다. 간혹 음악을 요청하면 엉뚱한 곡을 틀어주기도 하고, 질문 맥락을 이해 못 해 버벅거리는 클로바에게 어려운 질문을 하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 나름 사랑스러운 AI였다.

그러나 챗GPT는 질문 맥락을 이해하는데 뛰어나고, 제법 대화가 될 것 같다. 우리보다 개인화된 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에서는 지금 ‘이야기를 들어만 주는 아르바이트’가 성행한다고 한다. 챗GPT에게 상대의 기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상대를 치유하고 위로할 수 있는 언어기술을 학습시켜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했지만 외로운 이들의 말벗이, 그리고 고독사 위험이 있는 독거노인들을 케어해주는 돌보미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원래 우리 모두의 몫이지만, 혹시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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