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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이 발생하는 시점
예전 셀프브랜딩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접했던 사례가 “뭔가 시작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였습니다. 그런 경우 뭔가 고집하는 것이 없는 백지상태라서 코칭이 잘 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더라도 다음 행동을 하지 않고, 지금 당장 주어진 일에 다시 집중하더라고요. 무엇이 꼭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반대의 양가감정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 경험으로 이 말속에는 자신도 용인할 수 없는 높은 욕망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변화된 삶을 원하기보다 자신에게 관심을 쏟아주는 누군가를 원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또 ‘좋아하는 것’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 아닌, 마치 운명에게 지명을 받아야 하는 것이거나, 대단한 끌림으로 마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두 가지 사례를 들어봅니다.
사례1
외부적인 기준(외모, 성적, 인싸력)으로는 도저히 존재감을 충족시킬 수 없었던, 욕망의 지향점이 높았던 A양은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또래 친구들이 하지 않은 ‘어른스러운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집에는 아버지 취향의 고전문학책이 많았고, 오빠 취향의 포크가요, 팝송 테이프와 롯데 스테레오 라디오가 있었습니다. A양은 그것들을 경험하며 사춘기를 보냈고 성인이 되어서 이야기합니다. “난 고전문학을 좋아해요. 현대문학은 왠지 시시해서요.”, “난 서정적이고 잔잔한 포크음악을 좋아해요. 사랑타령 유행가는 좋아하지 않아요.” – A양의 취향이 만들어진 과정
A양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취향과 책 취향을 자신의 경험 속에서 선택한 것입니다. 어쩌면 “좋아하는 것은 익숙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내게 희열을 주는 강렬한 그 무엇’이나 ‘나도 알지 못하는 재능이 잠재돼 있을 그 무엇’으로 기다리고 찾습니다. 다른 예를 들자면 남녀 간의 이상형이 만들어지는 시점을 떠올려봅니다. 대부분 이상형이 만들어진 계기가 어느 영화에서 멋지다고 생각한 캐릭터를 접했을 때라 생각합니다. 우연히 마주쳤는데 강렬함을 주는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면에는 그 이상형을 선택하게 된 무수한 경험이 존재합니다.
사례2
사랑 표현은 많이 해주셨지만 간혹 가족을 긴장하게 만든 아버지를 보며 자란 D양은 격한 사랑 표현보다는 안정되고 잔잔한 사랑 표현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만화, 영화를 보면 여주에게 거친 사랑을 표현하는 남주보다, 여주를 말없이 바라봐 주는 안정감 있는 서브 남주가 더 좋았습니다. – D양의 이상형이 만들어진 이유
그래서 내가 좋아하게 된 것들은 우연으로 마주친 강렬한 ‘그 무엇’이 아닌, 나에게 익숙해져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거나, 내게 필요한 감성을 채울 수 있는 ‘그 무엇’일 수 있겠습니다. 아니면 반대로 완전함으로 가기 위한 나의 불안정함을 자극하는 것들에 묘한 끌림을 느낄 수도 있고요.
내가 좋아하게 된 것들은 ‘우연히 마주친 강한 끌림’이 아닌 그냥 ‘내가 정한 것’이 아닐까요.
다시 처음으로 다시 시작해서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분들을 위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인정할 수 있는 쉬운 조건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지향점과 지금 서있는 지점과의 갭을 줄여나가는 것이 꿈을 계획하고 이루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드라마틱한 우연들로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아닌,내가 선택한 경험 안에서 스스로 써 내려간 시나리오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백수가 되고 나서 시작 지점이 다소 늦춰진 하루를 보냈는데, 일도 총량의 법칙이 작용하는지 오늘 하루는 빠르게 마감이 되네요.
오늘 의정부에 사는 지인분이 수십 년 동안 정성(돈 ㅋ)을 쏟아 완성시킨 소리를 들려주겠다고 하셔서, 그분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댁에 찾아뵈었는데, 소위 MZ 언어로 “광기光氣” 수준의 몰입력으로 최고의 음질과 음향을 세팅하셨더라고요. 물론 소리의 취향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자신이 완성한 소리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고음을 좋아하고 소리를 예쁘게 화장시킨다고 표현하신 것처럼 그런 소리를 잘표현하는 노래위주로 들었는데 살짝 제 음악취향과 충돌이 있었지만 감성보단 소리에 담긴 다양한 재료를 느껴봤어요. 상대가 소중히 여기는 것에 공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제 뇌는 즐거운 상상을 만들어내거든요.
결국은 세상과의 새로운 연결을 위해 몰입할 대상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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