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어떻게 살지?

인생의 메커니즘을 알면

우리는 예기치 않게 맞이하는 인생의 문제에 당황하고, 일어나지 않을 상황을 미리 걱정합니다. 그래서 늘 긴장하며 살아가야 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무기력감과 우울증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도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메커니즘을 알게 된다면 삶이 그렇게 고통스럽진 않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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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인생의 메커니즘’을 이해할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인생의 메커니즘은 많이 경험해야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삶의 등급과 옳고 그름을 분류해서 경험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경험해야 할 것을 피하지 않고 맞이하는 것이죠. 물론 어떤 경험은 나를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씩씩하게 치러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생은 ‘경험 아이템’ 획득 게임

우리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경험이란 아이템 획득 게임’으로 바꾼다면 인생에 진심일 것 같습니다. 한 번은 팀원들과의 커피타임에서 제가 말을 꺼냈죠. “인생이 경험 획득 게임이고, 나에게 10가지 인생을 각 10년씩 경험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인생을 선택할 건가요? 단 인내하며 얻은 경험일수록 아이템 점수는 높습니다.” 그때 제각기 선택한 인생은 달랐지만 공통적인 것은 지금 인생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돈 많고 인기 많고, 멋진 외모의 누구처럼, 평균화된 기준의 인생”이 선택의 기준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만약 ’10가지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당시 “떠돌이 집시, 티벳승려, 거리 댄서, 농부, 가수, 장례지도사, 우주인, 몽골 유목민, 연주가, 천문학자”였습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빛나는 인생이 아닌 홀로 경험하는 인생들이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나 사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세상에 선한 영향도 주고도 싶었지만요. 다른 이들도 다양한 인생을 이야기했는데 평소 부러움의 대상이 된 인생들을 말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수지 같은 인기 아이돌, 30대에 한강뷰 아파트에 사는 영리치, 건물주” 인생을 말한 이도 있었지만요.ㅎ

​그렇게 내가 선택한 10가지 인생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떤 힘든 상황이 와도 나의 선택임을 인지하고 진심으로 살아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억에 존재하는 생은 이번이 처음이라 매 순간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이 나의 선택임을 알고 인생을 믿는다는 것은 엄청난 경지에서나 가능한 것이고요. 그래서 자주 인생게임의 무인도에 갇히기도 합니다.

인생게임에서 ‘무인도’에 갇히면?

어릴 적 부루마블 게임을 할 때 무인도에 걸리는 것이 가장 싫었습니다. 갇히는 동안 언니 오빠는 많은 땅에 빌딩을 세우고 나만 게임에서 뒤처지게 됩니다. 무인도에 갇혀 타인의 주사위만 초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무인도에서 빠져나올 수 있죠. 우리의 인생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무인도에 갇히는 경험은 피할 수 없기에 무인도 탈출 치트키 ‘황금열쇠’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을 잘 버텨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시 씩씩하게 주사위를 던져 출구를 향해 나아가야하니까요.

그러나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기회를 잃어버린 상실감, 다시 판을 되돌리고 싶은 후회,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외로움, 앞으로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좌절감 등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생존의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반사작용이라 조절이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의지로는 타노스같이 막강한 감정과 싸우는 것은 이길 승산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력하게 굴복하게 되면 감정은 정서로 바뀌게 되어, 종종 습관성 우울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잠시 안전지대로 피해 미래를 위해 힘을 축적시켜야 합니다.

인생의 안전지대 디깅모멘텀

고난을 상쇄할 만큼 몰입력이 있는 안전지대는 온전히 자신의 통제 안에 놓인 것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타인에 의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늘 불안하겠죠. 그렇다면 자신의 통제 안에 놓인 행복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내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령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운동을 하며 온전히 내 몸을 통제하는 욕구를 채운다던가, 음악을 들으며 내 공간을 온전히 통제한다던가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지금 내가 경험하는 좌절감과 상실감을 채울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야겠죠. 그것은 꿈과 연결된 것일수록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긍정적인 몰입에 대해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디깅 모멘텀”이라 표현했습니다. ‘파다’라는 의미의 디깅(digging)이라는 말은 채굴 · 발굴이라는 의미로서 특정한 대상을 깊이 파고들어가 종국에는 자기 존재를 발견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점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모멘텀은 물질의 운동량이나 가속도를 의미하는 물리학적 용어입니다.

 

중독에는 긍정적 중독과 부정적 중독이 있다.
긍정적 중독은 정서적 충족감을 주지만, 부정적 중독은 일시적 쾌감만 준다.
정신과 의시 윌리엄 글래서

인간의 행복은 마음속에 관심 있는 대상이 존재하는 상태이며,
그 대상을 향해 스프링처럼 튀어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행복한 상태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

나의 기분을 단번에 행복으로 바꿔줄 마음속 관심 버튼이 있다면 현명하게 현생을 극복할 수 있다.
자기성장이라는 큰 지향점 아래에서 삶과 어우러질 때 디깅은 행복을 위한 진정한 발돋움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3 저자 김난도

디깅모멘텀은 회피의 수단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

일시적인 쾌락과 기쁨을 주는 몰입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의 심리적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몰입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가 어때야 하고, 환경이 어때야 하는 조건부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합니다. 저는 인생에서 자기 주도성을 잃는 것을 몹시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타인을 통제해서 불편함을 주는 일은 더더욱 싫어합니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성취해 보는 기쁨, 그것을 요즘 MZ 세대들은 갓생(God 生), 소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이라고 하더라고요. MZ들 참 현명합니다.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는 일상에서 하루하루 성취한 자신을 돌아보며 만족감을 채우고, 그 만족감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우리의 내면은 어쩌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인의 거대한 발걸음일 수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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