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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부캐 하나쯤 가져볼까요?
개그맨들의 부캐 전성시대
언제부턴가 유튜브도 볼게 없어질 즈음 혜성처럼 개그 채널들이 나타났습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KBS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리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활동 무대가 사라진 개그맨들이 유튜브로 자리를 옮기면서 유튜브는 먹방과 브이로그에 싫증 난 시청자들을 다시 붙잡게 되었죠. 피식대학의 ‘한사랑 산악회’, ‘니곡내곡’, 김해준의 ‘카페오빠 최준’, 이창호의 ‘김갑생할머니김 이호창본부장’, 빵송국의 ‘매드몬스터’까지 제 일상에 웃음을 채워주는 채널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최근 즐겨보는 코미디 채널은 ‘나몰라 패밀리 핫쇼의 다나카’, ‘신도시 미시 서준엄마’, ‘강유미 ASMR’입니다. 그밖에 숏박스, 너덜트 등도 있는데 이 채널의 특징은 이병헌, 전도연도 능가할 개그맨들의 연기력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콘텐츠를 다룬다는 것입니다.
맙소사! 이 캐릭터 알 것 같아요!
‘억지웃음’이 아닌 ‘공감’으로 즐거움을 주는 개그맨들
2001년 조세호와 함께 SBS 개그 콘테스트에 참여해서 대상을 받으며 SBS 공채 6기 개그맨으로 입문했지만,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오랜 무명생활을 거친 뒤 마흔이 넘은 이제서야 일본 호스트 다나카 캐릭터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일본어를 섞어서 일본식 발음의 서툰 한국말을 구사하는데 처음에는 진짜 일본인인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90년대 J-pop과 일본 영화에서 봤을 법한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며,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 과거로 이동하고 싶은 열망이 만든 복고 열풍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X세대인 저야 충분히 공감하는 캐릭터지만 MZ 세대까지 열광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90년대 J pop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우스꽝스럽고 억지스럽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습니다. 심지어 노래가 좋기까지 합니다. 댓글에서 시청자들은 KJ-pop의 한 획을 그었다며 다나카의 팬덕을 연기하며 호응해 줍니다.
개그맨 최초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을 때 항간에서는 그녀를 한물간 개그맨으로 치부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꾸준히 각종 직업과 인물을 연기하는 롤플레이 AMRS 영상을 올렸고 이제는 구독자 81만명을 보유한 1세대 개그 유튜브 채널로 막강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유미 채널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것을 캐치했지?”라며 감탄하면서 보게 됩니다. 강유미의 캐릭터 분석력은 엄청납니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그녀를 인류학자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최근 올라온 영상에서 강유미는 “kbs 생로병사”에 출연한 주부를 연기했는데, 자주 카메라를 의식하며 긴장된 어투로 말하는 그녀의 연기와 분석력이 경이로울 정도였습니다.

최근 피식대학의 “신도시 아재들”편에서 동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용남의 처로 출연했다가 시청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개인 채널까지 운영하게 된 개그우먼 박세미입니다. 그녀가 연기하는 신도시맘 서준엄마는 오디오가 빌 틈이 없이 말을 하고, 보고만 있어도 기 빨린다는 댓글이 많을 정도로 텐션이 높습니다. 시청자들은 그녀가 연기하는 서준맘이 주변에 한두 명씩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녀가 쉴 틈 없이 쏟아내는 말들이 각본 없는 애드립이라는 것에 더 감탄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네일아트숍과 미용실에 방문하기 전, 집 냉장고를 뒤져 도라지즙까지 챙겨 나눠주는 마음 씀씀이를 보이다가, 결제를 할 땐 정색하며 할인을 받아내고 에센스 하나라도 얻으려는 억척스러움을 보입니다. 또 네일과 헤어를 받는 동안 쉴 틈 없이 쏟아내는 말에 네일아트와 헤어숍 직원이 이명이 왔다, 귀에서 피났다는 댓글까지 올라오면서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항시적으로~”라는 말은 유행어가 되고 있습니다. “항시”는 우리 엄마도 자주 사용하시던데.ㅋ
피식대학 “신도시 아재들” 코너에서 인기를 얻고 만든 그녀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미”에 올라온 재미있는 댓글을 소개합니다. 혼자 있고 싶지만 이런 시끄러운 언니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양가감정이 웃깁니다.
“일 끝나고 집에 와서 아무랑도 얘기하기 싫은데 또 막상 적적하기도 하고 그럴 때 인나언니 틀어두면 시간 가는 줄 모름ㅋㅋㅋㅋㅋㅋㅜ ㅜ 혼자 알아서 떠들어줘서 너무 좋아.”
“원래 asmr 듣고 자는데 요즘엔 서준맘 꿀팁 들으면서 자요… 왠지 모르게 어릴 적에 친근한 어른들 수다 들으면서 스르륵 잠드는 느낌 ㅋㅋ”
“애들 재우고 음소거 하면서 보는데 자막만 봐도 기 빨리는 느낌 ㅋㅋㅋ”
우리도 부캐 하나쯤 가져볼까요?
어제 저희 창업에 도움을 주시는 컨설턴트님께서 하신 말입니다. “중장년층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전에 일단 중2로 되돌아가서 맘껏 즐겨봤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선뜻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마음에 하신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즐겁게 할 수 있으면서 자아실현과 경제활동이 동시에 가능한 JOB을 꿈꿉니다. 그러나 대부분 생계, 커리어 부재라는 큰 장벽을 넘지 못한 채 현실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꿈과 현실의 갭이 커질수록 우리는 어느 좌표에 서있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표류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행복했던 과거가 도피처가 되면서 추억의 아이템에 몰두하면서 어른 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또 새로운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망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제 부케 놀이는 새로운 자기개발의 놀이가 되어야 합니다. 자아실현을 위한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를 들면 ○○회사 과장 박 아무개에서 여행작가 박과장, 전업주부 김 아무개에서 마카롱 굽는 김주부 등 자신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부캐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십수 년을 같은 일을 해오면서 반복되는 업무에 권태로움을 느꼈던 시절, 스스로 Dream agent라는 부캐를 만들었었습니다. 당시 제가 만들어낸 부캐는 권태로웠던 일들에 다시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주었고, 지금의 창업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꿈이 성공할 것이라 보장할 수는 없지만, 꿈을 향해 ‘또 다른 나”로 살아보는 과정은 삶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어디에 서있으며, 또 어디로 가야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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