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좀 봐줘!” 관종시대에 대한 고찰

셀프 브랜딩의 시대, 나에게 집중된 만큼 타인의 삶에 소홀하다

한 시간 남짓한 출근길, 다행히 집 앞에서부터 버스에 앉아서 간다. 그동안 sns 글을 쓰거나, 내가 쓴 글을 다듬거나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난 참 이웃님들 글에 관심이 없었구나…’

사실 블로그 피드는 홍보글이 많다고 생각하여 눈길을 주지 않았다.서이추 품앗이로 이웃을 늘려보기도 했지만, 초기에는 이웃들의 반응이 밀물처럼 밀려오다가,시간이 지나면 썰물처럼 사라진다. 간혹 블로그 알고리즘의 지명을 받아 인기 검색어 메인에 노출된 글은 조회수는 높지만, 읽는 사람들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정보만 취해간다. 그만큼 내 글이 끌림이 없었으리라. 사실 나도 내 블로그로 내 얘기만 했고, 다른 이의 블로그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얻고 방문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도움 되는 정보를 얻었음에도 블로그 주인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었다. 그냥 당연하게 정보를 취했을 뿐이다.

 

목적을 가진 가벼운 홍보글에서도 느껴지는 삶의 모습

그러나 오늘 출근길에서는 이웃님 글을 꼼꼼하게 읽고 간혹 답글도 달았다.서이추 요청을 위해서, 나의 블로그 답방을 기대함이 아니라 나처럼 애정을 쏟아 작성한 이웃님 글에 대한 예의였다. 광고라고만 생각했던 맛집, 제품 후기도 꽤 도움 되는 게 많았다. 책 추천 리뷰를 보고 책도 구매했다. 모든 글에서 정성과 애정이 느껴졌다. 이웃님들의 삶이 느껴졌다.

셀프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끌림, 매력 있게 보이길 위한 책과 강의는 많은데 진짜 상대의 피드도 귀하게 대하는 마음은 나오질 않았다. 진짜 매력은 거기서 나오는 것이리라… “나는 이런 사람이야”로 시끌벅적한 블로그 SNS 피드를 홍보성의 가벼움으로 치부했으나, 그 밑바탕은 치열한 우리네 삶이 있다. 나 또한 가벼움으로 묶음 처리된 그 세계에서 나를 알리고자 고군분투한다.

나를 알리는데 점점 치열해진다

최근 콜라보로 진행하는 사업들을 기획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사람,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 왕년에 끗발 날리다가 이젠 이름만 빌려준 직함으로 활발히 관계망을 만드는 사람… 그들은 협업에 필요한 정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회의를 마치면 이미 그의 자서전 한 권을 읽은 기분이다.

나 또한 그랬었다. 내 대화 메이트에게 처음에는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끝없이 뱉어냈다. 그러고 나서야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이 열렸다. 이젠 오히려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즐거워졌다. 대화를 하기위해 들른 카페에서 커피를 앞에 두고 침묵하고 있는 시간도 자연스럽고 편하다. 대화의 여백을 굳이 채우려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투잡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 대표님도 처음에 우리에게 그러셨다. 차를 마시면서, 식사를 하면서, 회의를 하면서, 저녁 술 한잔하면서 대표님의 음성지원 자서전 전집을 모두 완독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젠 그와 티키타카 대화가 된다.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대화도 통하고 재미있다. 처음에는 라떼라고만 생각했던 그의 경험담에서 배울 점을 발견하고 뇌 복리를 하기도 한다. 이젠 내가 안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예전보다 복잡하고 길어진 믿음 프로세스

전 직장에서도 B2B를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요즘만큼 서로 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협업 계약이 성사되었다. 점점 믿음이 형성되는 단계가 복잡해지는 것 같다. 0에서 시작해서 서로의 (+) 알아가는 게 아니라 (-)에서 시작해서 (+)로 가야 해서 그런가 보다. 처음부터 (+)로 정해놓고 관계를 맺다가 뒤통수를 자주 맞으셨던 대표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셨던 이유이기도 하겠다.

실은 나 자신을 믿고 싶은 것 아닐까

우린 그렇게 나를 믿게 하기 위해 끝없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실은 상대방을 향해 쏟아내는 수많은 이야기들에는 ‘내가 나를 믿고 싶은 마음’이 깔려있다. 상대를 통해 인정받으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채워간다.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난 뒤 상대를 믿어줄 수 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지 나는 그것을 감내할 수 있다는 믿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겠다는 믿음 말이다.

그래서 실컷, 원없이 나의 이야기를 해보자. 누군가의 고막을 괴롭히지 않아도 되는 이곳 블로그로 말이다. 그렇게 글이 쌓여가며, 누군가의 진심어린 댓글들로 나에 대한 믿음도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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