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의미추구가 필요한 시대 (ft. 비즈니스의 미래)

비번 요일은 늦잠을 잘 수 있기에 전날 새벽 2시까지 강의 PT 180장을 수정했다. 출근 요일 기상시간보다 한 시간 늦잠이 개운하다. 진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아침부터 또다시 일을 한다. 늦은 오후가 돼서 어제 새로 등록한 헬스장으로 향했다. 헬스장 앞 카페에 잠시 들러 야마구치 슈의 “비즈니스의 미래”책 한 챕터를 완독했다. 헬스장 다녀온 뒤 저녁부터 시작할 일러스트 작업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일러스트 작업은 힐링을 준다.


“나는 왜 워커홀릭이 되었는가”

인생을 되돌아보면 늘 뭔가에 홀릭해서 살았던 것 같다. 몰입할 것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었나 보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성적 순서대로 자리배정을 했던 담임의 방침에 공부를 놔버리고 삶의 목적을 잃어버려 한동안 우울했던 적이 있었다. 1등이 창가 맨 앞자리, 꼴등이 복도 맨 뒷자리로 순서가 매겨진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햇살이 밝게 비추는 창가 자리를 고수하겠다고 공부에 전념하는 것은 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몇 차례 교무실에 불려가 급락하는 성적 그래프로 담임에게 추궁을 당하면서도 당신의 그 말도 안 되는 방침을 중지해달라 용기 있게 따지지도 못했다. 그리고 점점 학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학교에서의 유일한 낙은 쉬는 시간 친구들과 떠들고 매점 가는 일이었고, 수업 시간에는 책에 낙서를 하고, 19금 버전에서 로맨틱 버전까지 친구들에게 보여줄 만화와 소설을 쓰며 시간을 때웠다. 언제부턴가 그런 내 모습이 너무 한심했다. 어른들이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그토록 부러워하는 학창 시절을 이렇게 보내면 안된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갈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생본분으로 공부를 제외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어려웠다. 당시 경직되고 폐쇄적이었던 학교는 서클 활동이 다양하지 않았고, 집 또한 방과 후 활동을 지원해 줄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한 가지가 떠올랐다. “반에서 소외되는 친구가 없게 하자!”

Lifestyle is the message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은 내가 대단한 휴머니티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있다’라는 그럴싸한 의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명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의미를 정하고 나서 나는 활기를 되찾았다. 그 역할에 홀릭 하면서 학창 시절을 씩씩하게 보냈다. 그렇게 의미를 찾고 무언가에 홀릭하다가, 의미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잠시 방황했다가, 또 다른 의미를 찾는 반복되는 패턴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우리에게 가장 큰 위기는 의미 상실”

사람은 ‘의미’를 에너지로 삼아 살아간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근대화로 인해 물질적 풍요를 손에 넣은 사람들이 의미 상실이라는 깊은 병에 걸릴 것을 예언했다. 니체는 이를 니힐리즘으로 표현했다.

일본 최고의 전략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의 <비즈니스 미래>에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닥뜨린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경제적 쇠퇴와 물질적 부족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 스며들 ‘의미 상실’이 그 원인일 것이라 말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과거의 노스탤지어에 사로잡혀
이미 끝나가는 ‘경제 성장’ 게임에 굳이 연명과 소생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고원에 도달했음을 축하하면서,
새로운 활동을 도모해 ‘안전하고 편리하고 쾌적한 세상’에서 ‘진정 풍요롭고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사회’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 야마구치 슈 <비즈니스의 미래> 중

“개인의 의미 추구가 필요한 시대 ”

<비즈니스의 미래>에서 야마구치 슈는 경제성장을 위해 달려온 자본주의는 이제 인간성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재능 주의로 변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최근 셀프 브랜딩 열풍으로 저마다 나다움과 의미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사회는 각자도생, 저성장, 경기침체로 저평가된 오해를 받으며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표면적으로 멈춤의 단계를 거쳐 자연스럽게 진화하고 있다.

아래는 야마구치 슈의 <비즈니스의 미래>에서 정리한 진화된 사회의 모습이다.

1. 예술가가 작품을 몰입하듯 서민들이 각자의 활동에 관련된 물건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사회
2. 방치할 수 없는 문제를 찾아내 그 해결을 비전으로 내거는 사람과 조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높은 에너지를 쏟는 사회
3. 목적의식이 결여된 무한 성장이란 난센스를 추구하는 조직을 떠나 누구나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매진하는 사회
4. 자랑과 과시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물건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더불어 자신의 감성과 지성을 키워나가는 사회
5. 미래를 위해 현재를,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고 압박받거나 인간 존엄성이 짓밟히지 않는 사회
6. 곤경에 처한 사람이 방치되고 이를 본 주위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참견할 여유가 없어서’라며 고개를 떨구고 못 본 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7. 누구나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일하고 싶은 동료와 일하며 노동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회
8. 아이들을 자본주의 사회의 효율적이고 고기능적인 부품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원 사회 더욱 풍요롭고 활기 있게 만들기 위해 창조성을 기르는 교육이 이뤄지는 사회
9. 사람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인생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공공시설의 개발과 투자가 이뤄지는 사회
*고원 사회: 물질문명의 수준이 일정 수준까지 오르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사회
– 야마구치 슈 <비즈니스의 미래>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중

 

지난 일요일 동네 공원에 운동하러 나왔다가, 불현듯 새로운 영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운동복 차림으로 곧바로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는 버스를 탔고, 교보문고 가판대를 돌아 <비즈니스의 미래> 책을 발견했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 내용을 봤는데 전율이 느껴졌던 운명같은 책이다. 지금까지 2/3정도 읽었는데 내가 고민하고 노력해왔던 일이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추천하고 있다. 귀한 책을 만나게 해준 나의 실행력과 feel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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